12년 전 오늘은

단풍이 곱게 물들었지

난 3년 째 단풍길 꼬부랑 길에서  주민을 기다렸어

12년 전 오늘도 꼬부랑 단풍길에서 기다렸고 3시간 기다려도 그림자도 없어 올해도 틀렸다 생각하고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이 움직였지 

그때

단풍길 저 멀리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 귀를 열고 들어 보니 지팡이 소리였어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내 숨이 가파지더라

꼬부랑 할머니가 단풍나무 사이를 헤집고 걸어 오시는데 환상인줄 알고 나 숨막혀 죽을 뻔 했어 바쁘게 걸어 가시는 할머니와 길가에 앉았지

숙모님 어디 가세요?

할머니. 우리집에!

댁이 어디신데요?

할머니. 진산리!

어디 다녀 오세요?

도청리 친구집에!

왜 걸어 가세요?

할머니.기냥...

사실은 차 멀미나서 걸어다녀.

6km가 넘는 길을 걸어 다니신다구요?

할머니.예전에는 뜀박질 하다 싶이 다녔는데 지금은 한나절 걸어도 벅차서 못다니겠어 

...

할머니. 한 숨 잔 듯 한데 내 청춘이 다 가버리고 인생 참 허망 해~

4년 만에 만난 진산리 숙모님

해마다 단풍이 물들면 그 숙모님 생각이 납니다

#작품명황혼길